눈맞춤
Kiss with eyes
0.
학창시절, 로키는 자신의 모든 감각들이 말라 비틀어지기를 소원했다. 별들이 쏟아져 내리던 날에 그의 외침이 그만큼이나 빨랐던 것인지 그저 다른 운의 작용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가 늘 입버릇 처럼 중얼거리던 소원은 별똥별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로키는 그 소원에 만족할 수가 없었는데 이유는 -아무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소원의 대가가 소원과 똑같은 항목에서 요구되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소원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하였을 때 고양이를 주고 그 대가로 도로 그 고양이를 가져가면 소원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로키가 자신의 모든 감각들을 잃고 싶어했던 것은 ‘고통’때문이었다. 고통. 그러나 그 고통은 실체가 없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작은 악동이 그를 바늘로 찌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는 고통스러웠다. 시끄러워도, 소리가 없어도 고통스러웠고 사람이 있어도 없어도 고통스러웠고 숨을 쉬어도 참아도 고통스러웠다. 그리하여 그가 생각해 낸 묘안이 감각이라는 것의 소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별들의 밤 이후로 그의 모든 감각들은 침묵했다. 그 어느 소리도 내지 않고 듣지 않는 상태로 멈추었다. 멈춤의 상태가 지속되자, 당연한 소리겠지만, 로키는 자신의 감각들이 어디에 있는지 느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을 진실로 잃었다. 소음 속에서도 침묵 속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위장을 긁어 내리듯 아프지 않았고 사람과 함께 해도, 홀로 있어도 심장에서 가시들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오지 않았고 숨을 들이마셔도, 내뱉지 않아도 원인 모를 불길이 자신의 껍질 속을 전부 태워버릴 기세로 타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았음에도 로키는 고통스러웠다. 고통은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었단 말인가? 고통은 그럼 뭐란 말인가. 그제서야 로키는 중요한 것을 하나 깨닫는다. 자신이 고통을 느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통’ 그 자체였다는 것을 말이다. 유레카! 물론, 로키만의 유레카는 따로 있었다. 그는 큰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관행 대신 깨달음을 세상에 처음 알리는 소리의 말꼬리를 낮게 내렸다. 이렇게. "거짓말쟁이."
그 깨달음의 날에 로키는 태어나 처음으로 늦은 밤, 몰래 집을 빠져나가 울었다. 그리고 또 울었다. 비명을 내질렀다. 울고 소리치고 울고 소리치며 울고 울었다. 다음날 새벽, 로키는 한 부지런한 할아버지에게 발견되었는데 김이 옅게 오르던 흥건한 피와 함께였다. 그것이 로키의 첫 자살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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